세계 최고층 빌딩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러스키섬 대교,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 경기장, 이들 세계 역대급 건물 모두 국내 벤처기업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를 선택했다.
로마 콜로세움과 밀라노 대성당 등 예술의 영역으로 옮겨간 역사적 건축물의 유지·보수에도 마이다스아이티의 제품이 쓰인다.
`건축설계 소프트웨어 세계 1위` 마이다스아이티의 신화는 30년 전 한 신입 사원의 종이 복사에서 시작됐다.
◇ 위대한 첫 과업…복사왕에 등극하다
기계설계학을 전공한 이형우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한다. 신입사원에게 곧바로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가 맡은 일은 종이 복사, 하지만 복사기 성능이 엉망이어서 종이를 먹어 버리는 일이 다반사 였다.
"저는 복사를 정말 잘 하고 싶었어요. 사회에 나온 저에게 처음으로 주어진 위대한 과업이니 까요. 어떻게 하면 복사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 하고 또 고민했어요."
결국 복사기 제조회사를 찾아가 1박2일 동안 복사 잘하는 법을 배웠다. 신입사원 이형우는 그렇게 해서 회사에서 복사를 가장 잘 하는 복사왕에 등극했다.
복사왕으로 군림하던 어느 날, 부서장이 영어로 된 원서 한 권을 던져 줬다. 신입사원 이형우는 또다시 `정말 잘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책을 열심히 팠다. 그 책에 소개된 것이 바로 건축설계 소프트웨어였다.
종이 위에 설계도를 그리던 시절, 복사만 하던 신입사원이 건축용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다.
"당시 최강자는 미국 소프트웨어 였는데 사용해 보니 불편했어요. 조금 바꾸어 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기존 소프트웨어가 불편해서 새로 개발한 것이 지금의 마이다스가 되었어요."
◇ 도요타 전법으로 7년 만에 세계 1위
포스코건설에 몸 담고 있던 이 대표는 2010년, 같은 팀에서 일하던 8명과 함께 사내벤처를 만들어 독립했다. `건축물 안전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다스아이티가 탄생한 것이다.
쉽게 말해 건물의 기둥이나 벽의 두께를 결정할 때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최적의 조합을 계산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미국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 전법`을 구사했다.
"도요타도 처음에는 거의 깡통차를 미국에 수출했어요. 그런데 깡통차의 장점을 부각시켰어요. 소형차 이니까 주차하기 쉽고, 기름 적게 들고, 디자인을 예쁘게 가져 갔죠. 단점을 커버하는 장점들로 승부해 결국 세계 1위 기업이 됐지요."
"우리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어요. 우리가 분명 약하지만 꼭 필요한 몇 가지 요소, 이를 테면 기술자들이 사용하기에 최대한 편하게 하고 각 국가에 꼭 맞는 맞춤 상품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파고 들었어요."
마이다스아이티는 시장의 요구에 초스피드로 반응하며 시장을 먹어 들어갔다. 창업 4년만에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7년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이 대표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대학을 마치고 취직했고, 첫 회사에서 구조물 설계 부서에 배치됐다. 설계를 더 잘 하고 싶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는데 만들다 보니 더 잘 만들고 싶어 졌다. 소프트웨어는 대기업 보다 작은 기업에 잘 맞는 비즈니스 이기 때문에 창업했다. 그에게 거대 담론이나 원대한 비전은 없다.
"저는 한 번도 비전을 가져 본 적이 없어요. 제 삶에서 꿈은 사치입니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늘 최선을 다했어요. 세상이 길을 열어주는 대로 그 길을 따라 최선을 다 한 것입니다."
◇ "복지 천국? 전사들이 일 하는 곳입니다"
정작 마이다스아이티가 국내에서 유명세를 치른 것은 세계 1위 기술 보다는 꿈 같은 복지제도 때문이다.
대기업 수준의 급여에 5년 일하면 한달 간 유급 휴가를 준다. 우수 사원에게는 스포츠카 포르셰를 빌려주고, 직원들은 호텔 셰프 8명이 포진해 있는 최고급 구내 식당에서 삼시세끼를 해결한다. 스펙 없고 개인 징벌 없고 4년 만에 자동승진 되고 정년도 없는 4무(無) 정책도 유명하다.
"2004년 즈음 구성원들 숫자가 70~80명 으로 늘어나면서 생각지 못했던 갈등이 생겼어요. 제가 구성원들에게 주고 싶은 떡과 구성원들이 갖고 싶은 떡이 달랐던 것 같아요. 저는 `돌격 앞으로` 외치는데 직원들은 재미없어 하고 지쳐 보였고 불편해 했어요."
지독한 성장통 끝에 지금의 독특한 인사·복지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복지 제도가 알려지면서 마이다스아이티는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한국의 구글` 또는 `꿈의 직장`으로 각인됐다. 채용 경쟁률은 중소벤처 기업으로는 전무후무한 평균 500대 1, 최고 1000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그러나 일하기 편한 회사를 찾는다면 마이다스아이티에 와서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여기는 자신의 직무에 목숨을 거는 전사들이 있는 곳입니다. 전사할 것을 각오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냥 직장인이나 샐러리맨을 위한 자리는 없습니다."
직장 동료 8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사내 벤처는 17년 만에 직원 수 650명(국내 400명·해외 250명)의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 했다. 건축물 안전 소프트웨어 세계 1위에 올랐고, 소프트웨어 업계 꿈의 실적인 매출 1,000억원 돌파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 사업 영역을 경영 솔루션과 의료 소프트웨어로 확장하고 있다. 과학적인 인재채용 툴인 인시드(inSEED)는 국내 300여개 기업이 이미 쓰고 있고, 치매진단 소프트웨어인 인브레인(inBRAIN)은 올해 말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650명 직원 가운데 100여명이 신규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대기업들도 신 사업에 100명을 투입하기 쉽지 않아요. 중소중견 기업인 우리 회사로서는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용 부담요? 경영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시장을 키우고 미래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 기획칼럼 > 이성경의 '올바른부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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