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시·건축 이야기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와 함께 들어봅니다. 방송에 모두 담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합니다. <편집자 주>
《7·10 대책에서 정부는 종부세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세제를 인상하기로 했다. 증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자 증여세를 높이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이 서울의 집값을 안정화 시킬 수 있을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금을 늘리면 늘릴 수록 `똘똘한 한 채`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증여세 인상론을 언급하며 "아들·딸에게 집 한 채씩 물려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이제는 대표적인 불공정 사례가 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연구원과 7·10 대책의 내용을 하나씩 짚어봤다.》
Q. 7·10 대책 중 공급 대책부터 짚어보자. 대통령이 `공급 확대`를 지시한 후 발 빠르게 대책이 나왔다.
"정부는 5월 6일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내용을 살펴보면 `더는 짜내기 어렵겠구나` 생각될 만큼 세부적인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2개월도 안 된 시점에서 대통령께서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 물량을 늘리라`고 지시(7월 2일)했다. 이후 일주일여 만에 7·10 대책이 나왔다. 누구를 앉혀놔도 두 달여 만에 획기적인 주택공급 계획을 만들기는 어려울 거다. 내가 담당 부서 직원이었다면 정말 난감했을 거다."
Q. 정부는 `주택공급 대안`을 몇 가지 제시했다.
"단기간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도심 고밀도 개발`은 일조권 문제가 걸림돌이다. 지금도 정비사업을 할 때 인근 주택의 일조권 침해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천(주공 1단지)이다. 인천도시공사는 뉴스테이 사업을 진행하는데 일조권 침해 문제가 불거졌고 법원은 공사 중지를 인정(가처분)하기도 했다. 도심 고밀도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면 일조권 침해 문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거다.
정부는 공공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다. 공공정비사업은 공공이 참여하는 만큼 조합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대안이 아직 없다. 그나마 공공정비사업의 장점은 규제를 완화해 사업 기간을 줄인다는 건데, 사실 정비사업에서 가장 긴 시간이 걸리는 건 `보상` 단계다. 공공정비사업을 한다 해도 보상 문제는 빨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와 함께 정부는 오피스·상가를 주택으로 바꾸는 방안도 언급했다. 상업시설을 주택으로 바꾸려면 건물주 의지가 필요하다. 얼마나 많은 건물주가 상업시설을 주택으로 바꿀지 수요 예측이 어렵다. 또한 주택과 상업시설은 설계에서 큰 차이가 있다. 사무실은 기본적으로 층고가 높다. 화장실도 공용인 경우가 많다. 면적도 주택과 다르다. 이 말은 건물 내부 시설을 새로 깔거나 바꿔야 한다는 거다. 이런 문제를 감수하면서 기존의 상업용 건물을 주택으로 바꿀 건물주가 몇이나 될까. 미지수다."
Q. 집값 상승 원인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확고하다. 다주택자, 그리고 투기 세력이다.
"투기 세력이 집값을 오르게도 했을 거다. 개인적으로는 투기세력보다 개발사업이 집값을 더 크게 올린다고 본다. GTX만 봐도 노선도 따라서 집값이 다 올랐다. 지하철역이 생기고, 큰 시설물이 생기면 집값이 오르는 건 당연하다. 수십조 원의 생활 SOC, 100조 원의 민자사업이 줄줄이 예고돼있다. 모두 집값을 올리는 요인이다. 그런데 정부는 집값을 진단하면서 개발로 인한 집값 상승은 빼놓는다. 오로지 `다주택자가 대출을 끼고 투기를 했다`, `이들이 집을 여러 채 사들여서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건 비약이 있다. 투기 세력은 언제든 있었다."
Q. 이번에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두고 `역차별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지금까지의 얘기를 종합하자면 `단기간에 주택공급을 늘리긴 어렵다`는 거다. 그런데 동시에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은 신혼부부·생애최초 주택구매자의 비율을 높이라는 거였다. 주택공급 총량이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배분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혼부부·생애최초 물량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물량만큼 일반분양은 줄어들게 된다. 40·50세대의 역차별 문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Q. 세제 얘기를 해보자. 정부가 증여세를 손보겠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정부 정책의 핵심은 집을 사기도 어렵게 하고, 갖고 있기도 부담스럽게 한다는 거다. 증여가 늘어나니 증여세를 높이겠단 움직임도 있다.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기도 어렵게 한다는 거다. 그런데 짚어볼 건 `가족 간 증여가 그렇게 나쁜 것이냐`는 거다. 더는 국민들이 `서울과 주요 지역 집값은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손해는 피하고 싶다. 집을 처분해야 한다면 남에게 파느니 내 가족에게 주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하는 거다.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자식에게 집 한 채씩 준다고 생각해보자. 시집·장가가면 언젠가는 세대 분리가 된다. 그렇다면 이것도 정부가 말하는 1가구 1주택이다. 사회적 통념이 있다. 부모는 어떻게든 자식을 돕고 싶다. 과거 부모님들이 `이 집은 큰딸, 저 집은 작은아들 줘야지` 이렇게 생각했다. 나쁜 생각인가? 정부 생각대로라면 아이가 다 큰 미래에 집을 사야 한다. 상식적으로 10년 뒤 미래보다 지금 집값이 더 싸지 않겠나? 여력이 있다면 값이 쌀 때 집을 사서,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집을 줄 수도 있는 거다. 정부 정책은 이런 사회 통념과 반대로 가고 있다."
Q. 종부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집값 잡을 수 있을까.
"종부세율이 최고 6%까지 올라갔지만 6%를 적용받는 사람은 극소수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2%의 양도세율을 적용받는다. 과연 그것 때문에 집을 팔까? 양도세가 훨씬 큰 상황에서? 집을 계속 보유하는 쪽을 선택할 것 같다.
정부는 다주택자 종부세를 높여서 집을 팔게 한다는 계산이다. 정부 계산처럼 돌아가려면 시장에 풀릴 다주택 매물을 이들이 원하는 가격에 사주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만약 세 부담이 높아져서 집을 처분해야 한다면 집을 다 팔고 집값이 더 오를 집, 더 좋은 집을 사려고 할 거다.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면 강남에 진입하려는 수요자가 좋은 집을 여러 채 보유한 다주택자 매물을 받아주는 형태가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똘똘한 한 채`의 집주인이 바뀌는 것뿐이지 집값 하락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다."
Q. 집을 팔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고액의 양도세다.
"정부가 집값을 보는 시각은 `집값 상승은 불로소득이다,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주의·시장경제 체제에서 자산에 투자하고 그 가치가 상승한 게 과연 잘못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함께 짚어야 할 것은 수년간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면서 많은 지역에 `로또 아파트`가 양산됐다. 분양가를 낮춰 집값을 잡겠다는 명목이었다.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분양하기 때문에 당첨되자마자 사실상 수억 원의 수익이 생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로소득으로 본다면, 로또 아파트로 얻는 차익도 정당한 수익은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없으면서 기존 아파트값이 오른 것에 대해서만 `잘못된 소득이니 세금을 많이 내라`고 하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본다."
Q.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8·2 대책 때 혜택을 크게 늘리며 등록을 권유하기도 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정책실패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기존에도 이미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활용한 건 현 정부다. 이제 와서 혜택을 없애고 앞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결국 정책 실패를 자인한 거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등록임대사업자제도를 통해서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 다시 말해 과세 대상이 되는 사람의 명단을 정부가 만들었다고 본다. 만약 임대사업자제도를 활성화한 목적이 `과세 대상자의 목록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정책 목표는 이미 달성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혜택을 없애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국경제TV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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