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도시, 건축 이야기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와 함께 들어봅니다. 방송에 전부 담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합니다. <편집자 주>
《최근 세간의 관심은 일제히 `집값`을 향해 있다. 22번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값과 전셋값은 치솟았고 수도권 대부분 지역은 규제지역으로 묶였다. 부동산 정책을 바라보는 시민단체의 눈길도 매섭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강훈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는 "정부의 핀셋 규제는 실패했다"며 "청년·신혼부부가 온갖 대출을 끌어안고 집 한 채에 인생을 저당 잡힌 모습은 절대 정상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Q. 최근(6월 29일) 참여연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면서 여러 정책을 발표했지만, 서울·수도권 집값은 결국 크게 올랐다. 집값이 뛰는 곳을 붙잡는 대책으로 일관했다. 그런 부분에 큰 아쉬움을 표현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더 포괄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전환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Q. 가파른 집값 상승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정부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강조한다.
"먼저는 `핀셋 규제`로 일관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 핀셋이 시장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다. 많이 오른 곳을 따라가면서 여러 차례 단타성으로 규제를 내놓는 방식이 패착이었다. 시장 후행적이었다. 부작용이 발생할 거라고 예상되면 선제적으로 들어가서 포괄적으로 규제해야 했다. 집값이 다 오른 다음에 해당 지역을 짚으면서 거기만 규제하는 방식은 효과를 내지 못했다.
두 번째는 시장 원리다. 부동산에 자금이 몰린 이유는 부동산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다른 곳은 돈이 안 되고 부동산은 돈이 된다면 당연히 투자자금이 몰린다. 다른 산업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부동산에서 발생한 과도한 이익을 떠내줘야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강력한 보유세 강화 같은 것 말이다. 여기(부동산)서 계속 이익이 나는데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전혀 설득력이 없다. 금융규제, 세금 강화, 규제지역 지정 등 정부 정책을 포괄적으로 폈어야 하는데 정부는 미온적으로 처방했다.
마지막으로 국토 균형 개발 정책이 현 정부에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서울과 수도권에 사람이 몰리면 집값은 당연히 오른다. 지역 균형 개발로 기업이 투자할 곳을 지방에 마련해주고 일자리도 만들어줬다면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젊은이들이 몰려들지는 않았을 거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지 않나. 일자리 구하려고 서울에 올라와서 결혼하고 정착해서 산다. 국토 균형 발전부터 핀셋규제, 세제 정책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안 가고 있다면, 정부 정책에 허점이 있었다면 과감히 인정하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Q. 정부는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률이 높아진 것을 근거로 서민 주거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표현한다.
"이전 정부보다 실수요자가 주택을 마련할 기회가 더 많아지긴 했다. 무주택자의 청약 당첨률이 크게 높아졌다. 이 부분은 과거 정부보다 훨씬 진일보했다. 문제는 집값이 뛰면 백약이 무효하다는 점이다. 집값이 범접할 수 없는 가격까지 뛰는데 청약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들 그림의 떡 아니겠는가.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청약 기회 확충뿐 아니라 집값 자체가 오르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Q.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장관을 불러 강한 부동산 정책을 주문했다. 여당 움직임도 다급해졌다. 부동산 세금 강화가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보유세의 실효세율이 굉장히 낮다. 주택가격 대비 내는 세금의 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투자자금이 몰리는 이유가 된다. 같은 돈을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세금이 낮다는 건 부동산에 투자자금이 몰리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등록임대사업자에게 과도한 세제 혜택을 줬던 정책이 대표적인 조세정책 실패 사례다. 등록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건 좋은데 과도한 세제 혜택을 주다 보니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투기수단으로 전락했다. 재건축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을 기다리는 동안 임대로 돌리고 나중에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는다. 또 고가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돌리는데 여기에 세제 혜택을 준다. 이해가 안된다. 서민을 위해서, 평범한 주택에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하려고 세제 혜택을 줬다면 이해가 될 텐데, 그게 아니라 투기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알맞게 만들어 뒀다."
Q. 8·2 대책에서 등록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을 높인 점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 같다.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인상 제한 등 세입자의 강한 요구에도 정부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임대료증액제한(5%), 임대의무기간(4·8년)이 있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활성화시키려고 하니까 다주택자들이 등록하려 하겠나? 그러니까 정부는 세제 혜택을 유인책으로 내놨다. 몇 년 임대로 돌리면 양도세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준거다. 이게 왜 문제냐,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는 집을 장기간 임대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그런데 팔면 이익이 남게 된다. 양도세를 없애버렸으니까. 그러면 집주인은 임대의무기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릴 거다. 다시 말해 집값 상승과 양도세 면제를 이용해서 임대주택을 등록하도록 설계했다. 예전부터 있던 정책인데 지금 정부가 잘못 가져다 썼다.
나중에 문제가 되니까 9·13 대책에서 양도세 감면을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기존에 임대주택 등록한 사람은 양도세 면제 혜택이 그대로 유지된다. 집을 수백 채 사들여도 세금 부담이 없도록 만들어 뒀다. 조금씩 전셋값 올리면서 차익 실현한 투자자도 많다. 임대주택과 관련한 설계 자체가 잘못됐다. 정부는 인정해야 한다."
Q. `정부가 처음부터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과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나선다면 당연히 지지를 보낼 거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빠르게 전환해야 한다. 대통령께서도 국토부, 기재부와 머리를 맞대고 관련한 정책을 빠르게 다시 꾸려야 한다. 과도하게 거품이 있는 상황을 진정시켜야 한다. 시민단체가 이런 고언을 전하는 건 정부 정책이 실패하라고 주문을 외우는 게 절대 아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러면 무리해서 대출을 받지 않을 거고, 소득이 안 되는데도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지 않을 거다. 하지만 지금은 `빨리 집 안 사면 큰일 나겠다` 이런 생각이 파다하다. `무리해서 집을 샀더니 집값이 올라서 이득을 봤다` 이런 경험이 반복돼선 안 된다. 젊은 시기에 없는 돈이라도 끌어모아 집을 사고, 부모님 돈이라도 빌려서 주택을 사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정부가 청년, 신혼부부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집값이 쑥쑥 올라 5억 원이 되고, 7억 원이 되고, 누군가는 가장 고점에서 구매할 거다. 그러면 전 인생이 집 한 채에 저당 잡히게 된다. 나중에 금리라도 조금 올라가면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거다. 집값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정상적이지 않다."
Q. 더 큰 문제는 집값뿐 아니라 전세 시장도 들썩인다는 점이다.
"전세 대출은 규제가 전혀 없다. 집값이 오르는데 정부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다 보니 전세 대출이라도 풀어주는 거다. 만약 서울 전셋값 잡겠다고 전세 대출을 규제하기로 한다면 아우성이 거셀 게 뻔하다. 그런 반발을 감당하기 어려울 거니까 전세 대출에 손을 못대는 거다.
전세 대출을 막을 수 없다면 전셋값이 치솟는 걸 막아야 한다. 전셋값이 무한정 오르지 않게 하려면 임대인과 임차인이 협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계약갱신청구권`이다. 계약 갱신이 안 되는데, 전세 기간 연장이 안 되는데, 전셋값 못 올려주면 쫓겨나야 하는데 어떻게 집주인과 협상을 할 수 있겠나. 2년마다 임차인은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 집주인에게 전화 오는 게 제일 두렵다는 말도 있지 않나. 임차인들이 `전셋값 못 올려줘요`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전셋값이 무한정 부풀어 오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들에게 그 권리(계약갱신청구권)를 줘야 한다."
한국경제TV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
zeo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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